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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노을]엄마 이야기(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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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글을 쓰고 있을 때 "커피 타줄까?"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면 일단 지갑을 집어든다. 그건 일종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아들아, 나 용돈 필요하다"의 의미가 담긴 신호. 큰돈을 요구하시는 법은 없다. 아내가 준 신용카드가 있지만 카드 쓰는 건 영 내켜하지 않으시는 게 문제다. 그래, 딱히 뭐가 사고 싶을 땐 어김없이 내게 신호를 보내시는 거다. 

 

1만원을 달라고 하면... 2만원을 드린다.

2만원을 달라고 하면... 3만원을 드린다.

3만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냥 3만원을 드린다.

5만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저녁에요'하고 둘러댄다.

그러나 1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난감할 따름이다. 

그럴 땐 이렇게 둘러대고 만다. "애들 어멈한테 말하세요."

그럼 곧바로 면박이 날아든다.

 

"야, 니가 돈 좀 많이 벌어서 팍팍 주라. 같이 산지 10년이 넘었어도 매느리한테 돈 달라고 말하는 건 딱 질색이다. 알아서 주면 모를까... 눈치도 보이고."

 

그러고 보니 요즘 별도로 용돈을 챙겨드리지 못하고 있다. 벌써 몇개월째다. 1,2만원 정도야 문제가 아니지만 정작 뭔가 갖고 싶은 게 있으시거나 사고 싶은 게 생길 때 아내 몰래 틈틈이 드리던 용돈을 드리지 못하고 있는 거다.

 

한번은 겨울점퍼를 한벌 사오시는 걸 뵌 적이 있어 여쭈었다. 집사람이 돈 드린 거냐고. 고개를 가로 저으시더니 풀썩 한마디 내려놓으신다. "네가 아침에 커피값으로 준 것 모아서 내가 산거다. 나는 옷 사입으면 안되냐?"

 

그러고 보니 함께 마트를 가도 늘 아이들 옷만 신경 쓸 뿐 뒤에 떨어져 계신 어머니를 챙기지 못하곤 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이야 계절이 바뀔 때마다 거둬입혀야 하지만 특별히 유행을 신경쓸 것도 없는 어머니는 뒷전일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러나 그게 어디 그런가. 아마 우리 식구 중 가장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은 어머니일 것이다. 매일 노인정에 나가고, 여기저기 마실도 다니고, 할머니들과 함께 이곳저곳 구경다니는 일도 잦으니 말이다. 함께 다니는 할머니들의 자식자랑, 옷자랑이 또 보통이라며 궁시렁궁시렁하시긴 하지만, 그렇게나마 어울릴 분이 있다는 게 어딘가. 덕분에 어머니 역시 입성, 먹성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다행인 건 어머니는 절대 돈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으시다는 거다. 정말로 필요할 때, 정말로 해야 할 일에만 쓰기 위해 용돈을 아끼고아껴 큰맘 한번 쓰시는 게 겉옷 한벌 사입으시는 거다.

 

어제 아침에도 책상에 커피잔을 내려놓으시는 어머니가 10만원만 달라는 말을 어렵게 꺼내셨다. 굳이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되련만 10여분 동안이나 용도를 설명하시면서다. 그간 모은 돈과 합쳐서 황토전자장판인가 뭔가를 사려는데 돈이 부족하다는 거다. 순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사려거든 정식 매장가서 정품을 사야지, 왜 그런 믿을 수 없는 데서 사요. 나중에 제가 알아보고 사다드릴 테니 어머닌 신경쓰지 마세요. 잘못하면 사기당할 수 있단 말예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으로 들어서는 어머니를 보면서 부화가 치밀기도 했다. 그래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한마디 더 하고 말았다. "언제까지 그런 야매장사나 쫓아다닐 거예요. 그런 데 다니는 할머니들하곤 어울리지도 말란 말예요." 아무 말이 없다. 불안하다. 서둘러 진화해야 했지만 그럴 마음이 안 생겼다. '에이, 까짓...'

 

감정이 복받치니 글도 안 써진다. '이깟짓게 뭐람...' 하면서 컴퓨터를 꺼버린다. 담배에 불을 붙여 길게 한 숨 들여마신다. 내뿜는 담배연기 사이로 외출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들어온다. 다가가 사과드릴까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만다. 애꿎은 담배만 연신 빨아댄다. 

 

화가 난 건 어머니 때문이 아니었다. 지갑이 비어있었던 거였다. 애꿎은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말았던 거였다. 그렇게, 이 못난 자식놈은 지 화를 못 이겨, 어머니에게 성질을 부리고 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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