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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른 빨래를 손다리미질 하면서 나도 모르게 "달맞이"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육십여년전 단발머리 때 불렀던 동요였다. 하도 아득하여 기억도 희미하다.
노래방 기기의 자막이 없으면 한 곡도 부를 수 없는 가사치가 잊지 않고 실타래 풀려 나오듯
술술 부르고 있음에 신기하기까지 했다. 부르다 보니 노랫말에 매료되어 천진난만했던
그시절이 어제처럼 느껴지며 그리워졌다. 내친김에 여세를 몰아 2절까지 불러보았다.
아예 일어서서 거울을 보며 소리 높혀 불러보니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잠시간 아이가 되니 거울 속 내 얼굴은 웃고 있었다. 애매모호한 웃음 계면쩍은 웃음이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생뚱맞은 행동이 되었지만 어쩌랴!!! 좋은 것을.
책장 한장 넘기는 사이 앞장에 무엇이 쓰였는지 하얗게 잊어버리는 나의 두뇌로는
큰 사건이었다, 너무 대견해서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의 빛나는 총기를 자랑하고 싶어서였다.
"너,달맞이란 동요 아니? 난 2절까지 아는데"
"당연히 모르지, 총기가 대박이유! 그래도 수하들 앞에서는 다소 어리버리할 필요가 있다고 하대" 하고
이분의 일의 비아양이 섞인 답이 왔다. 그래도 좋았다. 그날은 하루종일 뭔가 이루어 놓은 듯한 흡족한 기분이었다.
달맞이(윤석중 작사,홍난파 작곡)
1.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2.비단물결 남실남실 어깨 춤추고
앵두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머리감은 수양버들 거문고 타며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달밤에 소금쟁이 맴을 돈단다.
이렇게 종이에 옮겨보니 다시 가슴이 간지러워진다. 꼬물꼬물 거리는 만지기도 애처로운 뽀얀 아기손을 연상케 한다.
윤석중 선생님 참 천재이시다. 이것이야말로 시쳇말로 뿅가는 노랫말이다.
음미해볼수록 이 보석같은 비유의 노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노래의 절반은 아무 뜻도 의미도 없이 라라라로 채우고 가사조차 어른스러운 동요는
한번으로 실증이 나지만 깊이있는 가사는 듣고 또 들어도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으로 다가온다.
엄지발가락 꼬불쳐 힘 바짝 주고 배꼽손으로 긴장의 극치를 보였던 옛날 노래하는 아이들의
몸짓은 미풍의 코스모스 같았다. 병아리 어미닭을 따라 가며 모이를 줍듯 선생님 뒤를 따라
소풍가는 길도 동요와 같이 했다. 손가락 끝에 고무줄 감고 께끼발을 하고 누가 더 높이 뛰나
경쟁하던 '고무줄놀이'도 동요 없이는 할 수 없었다. 6,25 전후의 아이들은 동요 이외의 어른들의
노래를 흉내도 못내게 했다.
당연히 동요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범사가 되어 일상의 에너지가 되었다.
대개 동요는 말 그대로 아이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른들의 마음속에도 청정한
영혼이 되어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시골길을 걷다가 논두렁에 우뚝 선 키다리 미류나무에
동그마니 지어진 까치집을 보면 '구름'이 연상되고 무더운 여름 대청마루 뒷문 활짝
열어놓고 솔바람 맞으면 '가을바람'이 절로 나온다.
동요는 모든 사람들의 놀이문화에서도 손색이 없다. 야유회에서 둥글게 모여 앉아 '손수건 돌리기'를
할 때면 아주 적격이었다.
세월이 흘러 즐겨 불렀던 동요들도 이제 아스라이 저 너머로 사라질 것 같지만 그 진한
여운만으로도 그때 아이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느끼며 괜시리 목까지 메어온다.
모두가 다 붙잡고 싶은 기억들이다.
가끔씩 우울할 때나 기쁜 일이 있을 때 우리는 노래방을 찾는다. 우울할 땐 기분을 풀어주고
기쁠때는 기쁨을 배가 해준다. 분명 노래는 사랑하고 화합하고 중재자로 치유의 명약이 된다.
뭔가 특별해 보이고 싶으면 남들 뽕짝 부르는 자리에서 격있는 동요를 골라 열창해보면
어떨지 '과수원길' '나뭇잎배' '섬집아기' '초록바다' .별' 등 주옥같은 동요들은 얼마나 품격있는
노래인가? 듣는 사람의 감성이 남다르다면 분명 점수를 후하게 줄 것이다.
"점잖은 체면에 왠 경박"하고 나이와 연계해서 말할 수도 있으니 우리를 추억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거창한 것 보다 그런 소소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 건강해지는 여러 조건 중 '노래부르기'가 필수라고 하니
건강 플러스 행복을 위해 태어난 김에 노래로 불사르며 부지런히 살아보고 싶다.
인간은 쓸데없는 놀이에 빠져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하지 않는가?
놀이를 멈추어 버린 어른들은 쓸쓸할 뿐이다.
이제 계절이 가져다 주는 환희를 변화의 계기로 삼고 화이팅을 외치자!
때로는 감정의 유희에 잠깐씩 빠져 고독을 삼키며 주옥같은 불후의 명곡과도 친해져서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도 앳지 있는 생활이 되지 않을까?
또 한바탕 시월의 마지막 밤이 무슨 국가기념가처럼 길거리에서도 메스컴에서도
흘러 나오겠다. 제목은 '잊혀진 계절'이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되어 훓고 지나갈 때
이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네(조용필의 노래 중)처럼
인생을 한번 돌이켜 볼 수 있는 여유도 만들어 봐야겠다. 모든 새로운 것에는만나보지 않은며
절대 모르는 또 다른 즐거움이 숨어 있으니 임진년 연말 송년회 때는 다른 사람은 생각지도
않은 깜짝쑈로 품위있는 동요 한 곡 멋지게 뽑아 봐야겠다. 스스로 충만한 상태를
우리는 '행복'이라 부르나니 지지자는 불여호지자요. 호지자는 불여락지지라(컴작업을
현정화 제가 하고 있는데 한문 들어가는 법을 몰라서 나중 보완하겠습니다)
알기만 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만 하는 것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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