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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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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우리는 행복해져야 한다

그것도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을 포기하면 안 된다. 젊어서 흥청망청 즐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즉흥적인 쾌락과 행복은 구별돼야 한다. 진정한 행복은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다.

2. 죽어가는 이들이 들려주는 영혼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라

건강할 때 일생에 한 번만이라도 호스피스병동에서 봉사하자. 죽어가는 노인은 불타는 도서관, 죽어가는 환자는 인생의 교과서다. 남의 죽음을 도와주면 그들이 삶의 비밀을 작은 소리로 속삭여 줄 것이다.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삶이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3. 나쁜 소식도 정확하게 알자

무슨 병에 걸렸는지, 진행 정도는 어떤지, 치료 목표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자. 진실을 알아야 답이 보인다. 내 보호자들이 나쁜 소식을 접했을 때, 내게 진실을 말하도록 성격관리를 잘하자. 평소 성격이 까칠하거나, 불 같으면 보호자들이 진실을 숨긴다.

4. 자신이 준비한 마지막 말을 오늘 하자

“새는 죽기 직전에 슬픈 노래를 지저귀지만, 인간은 떠날 때 좋은 말을 남긴다”고 칸트가 말했다. “사랑해, 고마워, 행복해”라고 임종 순간에 말하면 떠나는 내가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일 것 같은가? 그런데 마지막에 하지 말고, 오늘 그리고 지금 하자. 모든 삶의 갈등이 없어진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춤을 추고 있다.

5. 슬픔이 불행은 아니다

암에 걸리는 것, 주식 폭락, 이혼 외에도 죽음은 인간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슬픔이다. 그것이 불행으로 연결되지 않게 하자. 슬픔으로 눈이 멀지 말고, 다른 사람의 슬픔도 보는 여유를 지녀야 슬픔 뒤의 인생이 검은 그림자로 변하지 않는다.

장자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 혜자가 조문을 갔다. 슬픔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장자가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장구를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보고 혜자가 비난하자 장자가 대답했다. “아내의 죽음이 왜 슬프지 않겠나. 하지만 지금 내 아내는 천지(天地)라는 방 안에서 편안히 잠을 자려는 것이니 곡을 해서 시끄럽게 하기보다는 노래를 부르며 축원(祝願)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내의 죽음을 단지 자연과 하나 되어 편안한 잠을 자는 것쯤으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어찌 보면 참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나 달리 보면 장자야말로 진정 아내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하고 있는지 모른다.

6. 통증 조절을 잘하는 주치의 알아둔다.

육체적 통증과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의사를 친구로 만든다. 그것은 인생의 보험을 드는 것이다. 마지막에 안 아프면 좋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는가? 마지막에 아프면 찾아 쓸 수 있는 보험이다.

7. 자신의 마지막과 소통하자. 건강할 때 자신의 마지막과 접촉하자.

세상만사가 자기로부터 나온다. 세상과 그리고 다른 사람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은가? 자기와 먼저 해라. 그것도 자신의 마지막과. 답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의 처음과 끝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4일 만에 죽자'라는 뜻의 구구팔팔삼삼이나, '암이나 치매는 안 걸려야지'하는 소원은 무용지물이다. 마지막엔 자유 의지가 먹히지 않는다. 그것보다 마지막에 무엇을 가슴에 안고 떠날 것인가를 상상해보자. 그리고 오늘 그 일을 하자.

8. 암 환자가 왜 죽는 줄 아는가? 지루해서 죽는다.

마지막에 힘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자. 새로 나온 영화를 보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지내도 좋고, 아픈 나를 위해서 또 가족을 위해서 절대자에게 기도하면서 보내도 보람 있다.

9.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유언이 아니라, 남아 있을 사람을 위해서 유언을 하자.

아버지가 재산을 나누어 준 다음, 자주 병원에 오던 딸이 발길을 끊었다. 그 이유는 자주 오지 않는 오빠에 비해서 자신의 마지막 선물이 초라했다. 참 좋은 딸이었는데 그렇게 변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인생의 선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떠나는 사람이 인생의 선배인 것이다. 선배는 후배를 배려해야 하고, 남아 있을 사람보다 마음이 더 여유로와야 한다. 내가 떠난 다음, 사랑하는 내 가족이 나의 유언 때문에 큰 싸움이 나면 슬프지 않은가! 그런데 실제 얼마나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는가? 유언 때문에 가족 간의 싸움을 많이 본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가도, 재산은 남는다."

10. 마지막을 같이 하는 웰다잉 보호자를 만든다.

혼자 놀지 말라, 그래야 혼자 죽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 많은 것과 나의 마지막을 잘 보내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헛 만남이 아닌 단 한 사람의 진실과 만나는 것이 잘 죽는 비결이다. 참으로 진실한 사람과 같이 있어라.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웰빙, 웰다잉 보호자가 돼야 한다. 내가 떠날 때 손잡아 줄 사람에게 매정하게 대하지 말라. 서로의 인생에서 보호자가 되어주자. 이것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보배다.

 

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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