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명상
사랑했던 것들의 발자취는 모두가 아름답다 장근배 한철 우리가 꽃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때 실은 초록으로 푸른 것들은 집 한 채 짓고 온몸으로 사랑을 하는 것이다 사랑을 위하여 오색으로 채색했다가 늙은 집 허물고 웃으면서 떠나는 것이다 제비가 흙과 짚을 물어와 처마 아래 둥우리를 만들거나 버드나무 위 까치가 나뭇가지를 물어와 보금자리를 만들고 새끼를 치는 일이다 벌과 나비를 불러 사랑을 나누고 미련 없이 조용히 사라지는 일이다 그러므로 동백꽃의 낙화는 초라한 자결이 아니다 자두거나 사과거나 살구거나 심지어는 먹을 수 없는 씨앗을 남기는 코스모스나 국화꽃 한 송이 떠나간 길일지라도 그 길은 달빛 고인 골목길만큼 아름답다 우리 또한 한철 새 움 돋는 봄날이었고 꽃으로 피어나 사랑을 하고 낙화처럼 지는 것이니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자취는 모두가 아름답다 지상에 놓인 길과 지상에서 하늘로 놓인 길 또한 사랑으로 하여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이니 사랑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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