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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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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십년 넘게 하던 일을 그만 둔지 일 년이 되었다. 얼마나 바쁘게 살았던지 내 머리카락이 얼마만큼 길었는지도 몰랐다. 보통 여자들의 관심사에는 무감각 했고, 또 무심하게 살았다. 세상사는 재미는 일밖에 없는 줄 알았다. 옷도 화장도 생활에 편하면 그만이었고 유행이나 개성, 유흥이나 음주가무 또한 먼 나라 이야기였다. 


세상모르기는 어디 머리뿐이랴, 시간이 되니 어쩌다 나가는 모임에 노래방에 따라간다. 남들은 돌아가며 잘도 부르는 유행가가 어디서 읽어본 글귀 같은데 도무지 리듬은 아는 것이 없었다. 흥에겨워 노래 부르는 모습을 감상하며, 제목 따라 곡을 찾아주거나 뒤쪽에 앉아 박수나 치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맡은 일에 그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다는 자부심은 있다. 하지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제 할 일 이외 분야에는 전혀 무감각하다는 것이 무능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로 어울리고 대화하고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것 또한 사람살이 아니던가. 중년이 되어서 유행가 몇 곡 따라 부르기를 못한다는 것이 노래방에서 의기소침 해지는 이유가 된다는 것도 그제야 알았다. 


노래교실 신청을 했다.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 많은 것처럼 노래교실도 참 많았다. 노래 배우는 사람도 많았다. 취미 생활인지 여가 선용인지 노래교실이 꽉 찼다. 둘러보니 내 나이도 많지만 선배들이 더 많다. 나만 유행가를 모르는 건 아닌가보다. 안도가 되는 한 편 동지의식도 느껴진다. 


학창시절에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았다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신곡이나 흘러간 노래 넉넉히 소화하는 음량도 시원하다. 오랜만에 보는 음표와 낮선 기호까지 ‘쿵’ ‘따’ ‘쿵, 따따’ 박자와 쉼표를 일일이 일러준다. 모두들 잘 따라 해서 즐겁고 못해도 즐거웠다. 새로 배울 노래는 악보 책을 만들어 주므로 예습과 복습으로 진도를 맞춰 나갈 수 있다. 


“이별" 이나 "상처" 같은 사랑의 아픔을 담고, 이별을 애써 감추어 보려는 노래를 부를 때는 내가 마치 그 사랑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목이 메었다. 반면에 흥겨운 리듬은 여럿이 한바탕 부르고 나면 몸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차오른다. 가슴 속 어디쯤에 맺혀있던 찌뿌듯한 것들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삼 개월을 한학기로 삼 학기 수강을 했다. 신곡에서 흘러간 노래, 7080노래까지 이제 몇 곡은 부른다. 노래방 가면 곡목 궁핍은 면할 수 있다. 전처럼 노래해야 할 자리에서 동요로 때우지 않아도 되겠다. 평소에 가사 나오는 음악을 싫어했다. 다 아는 사실을 일일이 잔소리 하는 것 같아 노랫말을 귀찮아했다. 몇 개월 친해지고 나니 유행가 가사가 한 편의 시고 수필이다. 거기에 가볍거나 은은하게 리듬을 넣었으니 아름다운 노래다. 


노래교실을 모를 때는 노래 배우러 다니는 사람들은 무척 호화스러운 사람인줄 알았다. 무슨 여유가 있어 노래를 다 배우는가 싶었다. 사랑도 내가 못하면 불륜이라더니 경험도 하지 않고 혼자 그렇게 단정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있는 사람, 자영업 틈틈이 오는 사람, 여가를 쪼개어 오는 사람, 알고 보면 다들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세상살이의 동료이고 선배들이다. 


삼 학기 수강하고 나니 또 다른 여유가 생긴다. 나와는 한참 거리가 먼 곳 같은 노래교실이 나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노래 부르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생겼다. 몇 곡을 아는가, 몇 곡을 부를 수 있는가를 넘어서 노래하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이 새롭다. 우리네 생활 속에서 대부분 노래 부르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모임이나 특별한 행사 아니고는 가질 수 없는 시간이다. 나에게 노래 부르는 시간이 있다니, 내가 크나큰 여유를 누리고 사는 가 싶다. 여럿이 함께 노래하는 그 시간이 참 행복하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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